불황에는 '공짜-저가' 마케팅이 최고

“어머.100원이래” .“정말.100원이래?”

지난 16일 낮 12시 무렵 서울 강남역 인근 먹자골목내 한 프랜차이즈 국수집 앞에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가맹점 오픈을 기념해 3000~4000원짜리 국수를 50년전 가격 그대로 달랑 ‘100원’에 판다는 홍보 전단을 본 직장인들이 일찌감치 몰려든 것. 쌀쌀한 날씨에다 국수가게는 10여평에 테이블 수가 10개도 안돼 앞 사람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꼼짝없이 밖에서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인데도 발길을 돌리는 이들은 없었다. 동료들과 함께 차례를 기다리던 회사원 이규환(25)씨는 “지나가다 긴 줄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이벤트에 귀가 확 트였다”면서 “기다리는 동안 좀 춥긴 하지만 요즘 어디가서 100원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겠냐”고 반겼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최근 외식.유통.생활용품업계 등이 ‘공짜’‘저가’‘샘플’마케팅으로 소비자들 잡기에 나서고 있다.

◇꽁꽁 닫은 지갑.‘공짜’‘저가’마케팅으로 연다
이날 행사는 프랜차이즈업체 ‘명동 할머니 국수’가 강남역점을 오픈하면서 벌인 초저가 이벤트. ㈜봉원푸드의 고향진 차장은 “100원 이벤트는 가맹점 오픈 이벤트로 기획했던 것인데 최근 경기침체로 인기가 더 높아졌다”면서 “특히 예전에 먹던 뜨거운 국수의 ‘추억’이 떠오른다며 맛있게 먹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저가’를 넘어서 아예 ‘공짜’를 내건 마케팅도 확산되고 있다. 한우직거래마을 영월 ‘다하누촌’ 본점은 19일까지 선착순 방문고객 200명 가운데 각각 100명씩 7만원 상당의 한우 꼬리나 육회 1접시를 공짜로 준다. 또 갈매기살 전문점 ‘3대 단골집’은 오는 20일까지 대전 직영점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통통 갈매기살 2인분을 공짜 서비스한다.

◇불황엔 만만한 ‘천원숍’이 대인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저가상품이나 특가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불황’을 모른다. 대표적인 곳이 일명 ‘천원숍’.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해 상품 대부분이 1000~3000원 이하인 천원숍 ‘다이소’는 경기가 나빠지자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 다이소 안웅걸 이사는 “지난해말 380곳 정도였던 매장이 현재 450곳으로 늘어났다”며 “특히 주요 매장들의 경우.지난해 대비 올 평균 매출액이 평균 3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특가판매숍들은 인기폭발이다. GS이숍이 운영중인 ‘GS이숍 알뜰살림 장만 단돈 천원 폭탄샵’은 물컵.냅킨링.머그컵 등 주방용품을 990원부터 판매해 주부들과 20~30대 싱글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G마켓은 생활용품 및 도서.음반 등을 1000~5000원에 파는 천원숍을 운영중이며 옥션도 옷가지부터 전자제품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주는 초특가코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업체와 고객 모두 윈윈. ‘샘플’마케팅 인기폭발
신제품을 소량씩 담아 무료로 나눠주는 샘플마케팅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샘플마케팅은 고객은 무료로 상품을 받아 좋고.제조사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좋고.유통업체는 미끼상품으로 고객유인 효과가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4월부터 백화점과 이마트 매장에서 제조사의 신상품 샘플을 무료로 나눠주는 ‘뜨는 상품 무료증정’행사를 진행해 주부들 사이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행사초기인 4월에는 참가자가 5만여명 정도였다면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 10월에는 참가자가 10만여명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 포인트팀 김예철 팀장은 “요즘같은 불황에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상품을 주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라고 밝혔다.

아예 업체들의 무료 샘플이나 무료체험상품을 모아놓은 숍도 생겨났다. 지난 9월 ‘샘플랩’이 서울 반포에 처음 문을 연데 이어 최근 화장품이나 전자제품을 공짜로 써볼 수 있는 ‘신상품존’과 스킨케어.네일아트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존’.커피나 와인 등을 시음할 수 있는 ‘시음 코너’등으로 꾸며진 ‘스토리라운지’도 문을 열었다. 이들 공간은 소비자에겐 공짜 체험을.기업에겐 신상품에 대한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안테나숍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글 이경옥기자 do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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